‘보지 못하는 사람이 보게 되다’ 막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의 힘이 아닌 과거 지혜의 힘으로 실제 시력을 찾은 사람이 있습니다. 신경가소성 임상 연구를 통해 밝혀낸 놀라운 발견과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스스로 치유하는 뇌, 노먼 도이지>에서 그 실제 사례를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 웨버는 마흔세 살부터 보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처방약을 복용했고 수술도 여러 차례 받았지만 시력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약을 끊었고 앞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 초에 컴퓨터 네트워크 통합자로 일하며 AT&T 캐나다 회계를 맡았고, 인터넷 상업화를 위한 첫 기반을 마련한 국제적 팀의 일원이었습니다. 그가 마흔세 살이던 1996년,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그에게 동료가 말했습니다.

“눈이 벌겋게 보여.”

그는 안과 의사를 찾았고,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염증은 빠르게 진행되어 홍채와 수정체에 영향을 미쳤고 점점 시력을 잃어갔습니다. 5년 동안 그는 안구 주위에 항염증 스테로이드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았지만, 병의 진행을 막지는 못했죠.

다섯 차례 수술도 받았지만 어떤 수술도 그의 시력에 뚜렷한 향상을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눈에서 뭔가 쿡쿡 지르는 통증은 몇 년 동안 이어졌고, 침대에 누워 지낼 때가 많았습니다.

“공포로 얼룩진 시절이었습니다.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고 갈수록 심해졌어요.

직장에서는 경력이 무너지고 있었고, 강제로 끌어내려졌습니다.

앞도 못 보게 되었는데 일까지 잃으니 가슴이 무너졌습니다.”

희망의 가닥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주치의가 한 정보지를 건넸습니다. 뉴욕의 한 내과 의사이자 안과 의사인 윌리엄 베이츠가 개발한 ‘대안적 치료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윌리엄 베이츠는 신경가소적 훈련법을 사용해 눈 문제를 치료했고, 가끔은 실명도 고쳤습니다. 

“눈은 단순히 수동적인 감각 기관이 아니다. 정상적으로 보려면 움직여야 한다. 눈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부단하게 움직인다.” 앙드레 뒤 로랑이 1599년에 한 말입니다. 보려면 온전하고 활동적인 운동-감각 회로가 필요합니다. 뇌가 눈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하고, 그런 움직임이 시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런 피드백을 활용하여 눈을 새로운 위치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실명은 수동적인 감각 결손만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시각에는 감각과 운동이 모두 관여하므로 실명은 부분적으로 운동 장애인 경우가 많습니다.

베이츠는 눈의 피로와 과도한 긴장이 시각을 억제한다고 믿었고, 눈의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을 개발했습니다. 이런 운동을 통해 환자들의 시력이 좋아지고 안경을 아예 벗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눈의 관점에서 자주 말했지만, 근육 긴장과 시각을 조절하는 방법이 항상 뇌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 번째 시도

1997년 웨버는 베이츠의 작업을 접하게 됩니다. 자기만큼 문제가 심각했던 사람이 베이츠의 방법으로 효과를 보았다고 생각하고 힘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캘리포니아로 그를 만나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웨버는 요가 수행과 불교 명상을 하던 시절에 요가 수행으로 눈을 치료했다는 이야기, 고대 불교 사원에서 눈을 치료하는 전통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명상 스승 남걀 린포체의 집으로 찾아갑니다.

남걀 린포체의 지시 사항은 무척이나 단순하고 원시적으로 보였습니다.

첫째, “하루 몇 시간 짙은 남색으로 명상”하라고 했습니다. 남색은 한밤중 하늘의 색깔로, 눈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유일한 색이기 때문이죠. “등과 발바닥을 바닥에 대고 누워, 무릎을 천장 쪽으로 세우고, 손은 배 위로 살며시 올리고.”

둘째, “눈을 위로 아래로, 왼쪽 오른쪽으로. 원으로 대각선으로 움직이게”라고 했습니다.

셋째, “눈을 자주 깜박하게”라고 했습니다.

넷째, “눈으로 일광욕을 해. 해가 하늘 낮게 걸리는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해를 향해 45도 각도로 앉아서 눈을 감아. 하루 10분에서 20분, 따뜻한 목욕물에 눈을 담그는 기분으로 온기와 빛이 눈 조직 곳곳에 스며들도록.”

하지만 웨버는 단순한 훈련이었는데도 하지 못했습니다. 짙은 남색 명상을 하려고 했을 때는 오히려 조급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명상의 요소를 가진 불교도의 훈련법은 하루 몇 시간은 고사하고 몇 분도 그를 편안하게 하거나 그의 눈의 긴장을 덜어주지 못했습니다.

모든 방법을 활용하다

휄든크라이스 요법 프렉티셔너 매리언 해리스가 웨버를 ‘동작을 통한 자각’ 수업에 초대했습니다. 시력에 도움을 준다기보다 그저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했죠.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불안은 가라앉았고 전반적인 긴장이 줄어들었습니다. 1년 뒤 그는 휄든크라이스 교사 훈련을 받기로 결정합니다. 학습자에게 움직임을 구두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졌으므로 눈을 사용하지 않고도 행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웨버는 휄든크라이스가  1,000회가 넘는 ‘동작을 통한 자각’ 수업 자료를 남겼고, 그 가운데는 ‘눈 가리기’라고 하는 눈 훈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수업을 녹음한 테이프를 입수해서 들었습니다.

웨버는 그 눈 훈련이 휄든크라이스가 베이츠의 방법을 탐구하고 참고한 것이며 불교도의 훈련법과도 놀라우리만치 비슷하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립니다.

“수업을 시작하자마 눈에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나는 신경계를 완전히 편안하게 하는 도구를 얻었습니다.

눈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신경계와 면역계를 치유하는 방법을 얻었습니다.

수업을 하면서 안와에 놓인 안구를, 그 무게와 형태를 느꼈습니다.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던 눈의 긴장이 저절로 풀렸습니다.

쉬는 동안 내 눈은 따뜻한 수영장의 꽃처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시간 만에 눈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기름을 칠한 듯 매끄럽게 되었어요.

목과 등도 편안해졌고요. 행복했습니다. 드디어 열쇠를 찾았으니까요.

치유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웨버는 비습관적인 눈 움직임을 자각하면서 수행하자 즐겁고 예기치 못한 변화를 알아차렸습니다. 이제 그는 안와에서 안구의 움직임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업은 “신체 부위의 직접적인 감각을 통해 눈을 내 신체상에 다시 돌려놓았습니다. ‘죽은’ 오른쪽 눈은 확실히 그렇게 되었습니다.”

근본적인 통찰을 담은 베이츠의 방법과 불교도의 훈련법은 어째서 휄든크라이스 방식 없이는 웨버에게 통하지 않았을까요?

웨버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나는 한눈팔지 않고 명상할 만한 솜씨도 에너지도 남아 있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허약했던 나는 신경근육 체계를 재조직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뭔가가 필요했습니다.”

워낙 통증이 심하고 수술로 인한 염증과 상처가 심했기에 그는 “과도한 긴장 상태에 갇힌 채로 근육을 붙잡아두는 온갖 종류의 반사 작용”을 발달시키게 되었습니다.

휄든크라이스의 방법은 비습관적이고 분화된 동작들을 사용하고 느린 속도로 행하고 휴식의 시간을 주므로 웨버는 습관적이고 강박적인 반사 작용에 반응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휄든크라이스 수업이 나의 방어를 무장해제시킨 것 같습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조금씩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는 변화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시각이 돌아오다: 손과 눈의 연결

그의 시각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훈련으로 서서히 꾸준히 나아지자 그는 스테로이드를 끊었습니다. 그렇게 2009년 7월 안과 의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안경을 쓰고 왼쪽 시력이 0.5였습니다. 0.025였던 오른쪽 시력도 0.1로 좋아졌습니다.

그는 휄든크라이스의 다른 훈련들도 시도했습니다. 시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휄든크라이스의 또 다른 개념에 주목했죠. 그것은 바로‘손과 눈의 연결’이었습니다.

휄든크라이스는 손을 아주 살짝만 오므리고 펼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보았습니다. 제자에게 손바닥이 부드러워진다고 상상하게 하고, 이어 손가락을 천천히 1센티미터 미만으로 살짝만 폈다가 오므리면서 몸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도록 했죠. 그는 손이 벨과 비슷한 형태임을 강조하기 위해 수업을 ‘벨 모양의 손’이라고 불렀습니다.

웨버는 규칙적으로 손을 펴고 오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손의 근육긴장이 풀리자 손을 눈에 가져가 손바닥을 댔습니다. 눈의 근육긴장과 급격하게 요동치는 움직임은 손의 편안한 상태와 완전히 대조되었습니다. 이어 그의 뇌는 그런 차이를 인지하는 것 만으로도 서서히 눈의 긴장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손의 긴장이 해소된 것을 보고 눈의 긴장이 저절로 사라진 듯했습니다.”

웨버는 ‘벨 모양의 손’, 움직임 자각 훈련을 매일 한 두 시간씩 했습니다. 이렇게 6주를 하고 안과 의사를 다시 찾았을 때 그의 왼쪽 시력은 안경을 쓰고 1.0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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