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도가 투명하게 드러나는 움직임”

[MBS 교사 인터뷰 시리즈 11]

김보현(MBS 아카데미 3기/무용가)

무용가 김보현 선생님은 깊은 자각과 명료한 표현을 돕는 휄든크라이스가 자기 이야기를 표현하는 예술가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휄든크라이스는 예술가들이 더 섬세하게 나의 내면세계를 느끼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움직임으로, 언어로, 그림으로,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한다.

01 언제 어떤 경로로 휄든크라이스를 처음 접하셨나요?

대학원에 다닐 때 휄든크라이스를 통해 움직임을 안내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들었어요. 휄든크라이스가 스스로 몸을 인지하도록 안내하는 방법이라는 건 그 수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어요. 그 때까지는 무용을 할 때 거울 같은 다른 대상을 기준으로 내 움직임의 형태를 맞추는 방식으로 트레이닝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 수업에서 내가 내 몸을 보면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몸에 집중하니 움직임의 질감도, 형태도 분명히 다르게 느껴졌어요.

02 왜 본격적으로 MBS아카데미에서 휄든크라이스를 배우고 싶으셨나요?

제 안에 제가 모르는 움직임을 더 찾아보고 싶었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디에선가 구체적으로 안내를 받고 싶었어요. 또 제가 필라테스 강사로도 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필라테스가 자세를 교정하고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는 운동 요법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다가오는데, 필라테스 방법론으로만 설명하니 매번 회원분들 고유의 움직임 패턴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었어요. 제가 3자 관점으로 바른 몸의 자세를 단시간에 알려드린다고 해서 그 분들의 일상에 얼마나 변화가 생길까 싶었어요. 사람들 스스로 움직임을 자각할 수 있다면 훨씬 결과가 좋겠다 싶어서 휄든크라이스 전문가과정을 시작하게 됐어요.

03 전문가과정을 하면서 휄든크라이스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게 있으신가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그냥 몸을 인지하고 움직임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배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이건 움직임만을 위한 움직임 학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어느 순간 생각과 움직임이 같은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서도 그 분들의 생각이 읽히는 거예요. ‘아, 이렇게 투명한 거구나.’ 싶었죠. 생각과 움직임은 원래 연결되어 있다고 이론적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몸으로는 체화시키지 못했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과 움직임이 같이 가는 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서도 보이는 거예요.

04 ‘생각’을 조금 구체적으로 표현해주신다면요?

제가 어떤 의도를 가졌을 때 ‘움직여야지.’하고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나의 움직임에서 그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요. ‘내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내 몸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구나.’ 확대경 놓고 보듯 제 움직임과 생각, 마음을 함께 알아차리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어요.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을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대신 관찰하게 됐어요. 그 분의 뇌나 몸속에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움직임과 생각의 가능성을 유추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조금 더 포용력이 넓어졌다고 해야 하나요? 예전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놓고 이런 거 아닐까 저런 거 아닐까 판단하면서 생각했다면, 지금은 왜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까 궁금해하고 관찰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05 가장 크게 배운 점이 몇 가지 더 있다면요?

‘한계까지 가지 않는다.’ 저는 매 순간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 제가 살아있다는 걸 증명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게 되면 무대 위에서 전율을 느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계속 저를 부정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예요. ‘나는 이거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지금 모습은 내가 다 한 게 아니야.’ 이러면서요. 그렇지만 한계까지 가지 않으면서도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저의 결을 만나는 게 더 가볍고, 더 즐겁고, 더 편안하다는 걸 휄든크라이스를 하면서 알게 됐어요. 가볍게 편안하게 움직이면서도 얼마든지 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데 전에는 왜 이걸 몰랐을까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조차 안 나요.

또 전에는 무용 공연은 극장 무대에서 하는 거고, 사람들을 그 곳에 초대해야겠다고만 생각했어요.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많은 것들을 희생해야 했는데 제가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생긴 거예요. ‘그럼 나는 춤을 출 수 없나?’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면서 점점 춤과 멀어졌는데요. 최근에 ‘내가 그 모든 한계점을 뛰어넘지 않고도 춤을 출 수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다시 창작 작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지금은 집에서 작업을 하고, 집으로 사람들을 초대해서 공연을 해요. 그렇게 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계획을 만들고 그것을 공론화 시켜서 사람들에게 홍보도 하고요. 휄든크라이스가 이렇게 생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06 육아를 할 때나 일상생활에는 어떤 변화가 있으신가요?

가장 크게 변한 건 아이를 기다려주게 됐어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썼기 때문에 아이를 기다려주거나 지켜봐 줄 수 없는 상황이 많았어요. 지금은 아이를 기다려주면서 제가 같이 뭔가를 해요. 예전에는 아이를 보면 아이만 봐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도 그거 하니까 엄마도 이거 해볼 수 있어. 그런데 우리는 같이 하는 거야.’ 제가 이런 태도로 바뀌더라고요. 그러니 아이도 편하고 저도 뭔가 제 일을 할 수 있고요. 다른 가족들이나 주변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내 기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사람을 관찰하는 입장으로 바뀌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07 휄든이 무용가에게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무용가의 경우, 휄든크라이스를 통해 움직임 안에서 스스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안내 받는다면 자신의 중심을 세우고 다양한 가능성에 도전하면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용가 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순간적으로 자신의 내면의 세계를 섬세하게 느끼고, 자기 검열 없이 글이나 그림, 음악이나 움직임으로 투명하게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분야든 자신의 것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휄든크라이스를 배우면 반드시 도움이 될 거예요.

08 또 다른 분들에게 권하신다면요?

일단 저희 부모님께 권하고 싶어요. 왜소한 몸에 엄청난 갑옷을 지고 살아가는 생의 말미에 있으신 분들에게 휄든크라이스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고요. 그리고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배우셨으면 해요. 엄마는 엄마이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이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엄마로서만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거예요. 또 여자는 출산을 하면서 몸이 분명히 변하는데 그 변화를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쉽지 않죠. 휄든크라이스를 알면 자신이 변화하는 과정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김정윤 (프리랜서 작가 / MBS 아카데미 휄든크라이스 전문가과정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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